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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20240604
인공지능(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받으면서 반도체 장비사 중에서도 HBM 제조를 뒷받침하는 기업이 조명받고 있다. 레이저쎌도 그중 하나다. 레이저쎌이 개발 중인 레이저압착접합(LCB) 장비는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에서 HBM 생산라인 도입이 가능할지를 놓고 검증하고 있다.
실제로 양산 라인에 적용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관문이 많지만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면 레이저쎌의 위상은 달라지게 된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사용 중인 HBM용 접합 장비와 다른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추후에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까지도 영업망을 확대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기존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본더 장비와 비교해 경쟁우위가 분명해야 한다. 안건준 레이저쎌 대표(사진)를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 본사에서 만나 LCB 장비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안 대표는 "진짜 LCB 수주 성과를 보여주고 실적 개선을 이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 안에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데, 이때 D램과 D램을 붙여주는 장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열압착비전도성필름(TC-NCF) 방식을, SK하이닉스 매스리플로우 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 방식으로 HBM을 제조한다.
TC-NCF란, HBM3E 12단을 예로 들면,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전도성 필름을 안에 깔아 확실히 붙인 다음 12단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MR-MUF는 TC본더로 일단 12단을 가접한 다음 매스리플로우 장비로 완전히 붙여주는 방식이다. 하나씩 완전히 붙이거나 가접하거나, 이렇게 접합할 때에 쓰이는 게 국내 한미반도체, 일본의 시바우라메카트로닉, 도레이의 본더 장비다.
안 대표는 "LCB 장비로는 MR-MUF든, TC-NCF 공정에서든 다 쓸 수 있다"며 "다만 초기장비다 보니 양산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시험하는 퀄리피케이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LCB 장비는 최대 12인치(300mm) 웨이퍼 면적 전체에 레이저를 쏘아 접합해 준다. 한 번에 10초 안에 접합이 가능해 기존 장비보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레이저쎌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존 장비가 D램 칩을 하나하나 열압착해 붙이는 반면 LCB로는 한 번에 4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생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것이다.
다만 퀄리피케이션을 통과하고, 실제로 양산라인에 장비가 사용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얼마나 나오는지 등을 점검해야 하는 등 신장비가 HBM 공정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레이저쎌은 일단 올해 안에 퀄 테스트에 통과하고 나머지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16단까지 높아지는 HBM4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딩 제조 기술이 적용된다. 이는 D램과 D램 사이를 연결하는 솔더볼(범프)를 없애 아예 포개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안 대표는 "지금의 LCB장비가 하이브리드 본딩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이브리드 본딩에 대해 스터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이저쎌이 레이저를 면(Area) 형태로 쏘아 반도체 기판과 칩을 본딩하는 에어리어 레이저 기술을 갖고 있으니, 하이브리드 본딩에서도 한꺼번에 더 많이, 속도를 더 빨리 더 많이 할 수 있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각광받는 유리기판 시대가 개화해도 LCB 장비는 흔들림 없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안 대표는 "1년 전부터 유리기판에 대해 연구해왔다"며 "레이저가 솔더볼을 녹여 솔더볼과 솔더볼끼리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리기판이어도 상관없이 접합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이저쎌은 LCB 외에도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카드의 프로브핀을 레이저접합하는 데 사용되는 레이저리플로우(LSR) 장비도 라인업으로 갖추고 있다. 프로브카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올해 LSR 장비의 신규 수주를 통해 외형성장을 이뤄나갈 것으로 보인다.